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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생활 속 재미있는 한자어 10(糟糠之妻)

by Suyeon79 2023.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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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재미있는 한자어
생활 속 재미있는 한자어 10

조강지처(糟糠之妻)

중국 후한 광무제 때 황제의 누이인 호양 공주가 가난했지만 착실하게 살았던 청년,  송홍에게 마음이 있었습니다. 공주는 과부였습니다. 누이의 마음을 안 황제가 송홍의 생각을 떠 보려고 그에게 물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길 사람이 귀하게 되면 친구를 바꾸고 부자가 되면 아내를 바꾼다는데 공은 어찌 생각하는가?"
송홍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난하고 천할 때의 친구는 잊을 수가 없고 조강지처는 내칠 수가 없습니다."

    貧賤之交不可忘 糟糠之妻不下堂            빈천지교불가망 조강지처불하당

왕은 병풍 뒤에 숨어 송홍의 대답을 기다리던 호양 공주에게 안 되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조(糟)와 강(糠)

조강지처라는 말은 위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여기서 조(糟)는 술지게미를 말합니다. 쌀로 술을 빚어 술이 익으면 체에 받쳐 술은 거르고 남은 지게미를 베에 싸서 물기를 꼭 짜는데 조는 이렇게 술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를 말하며 가축의 사료로도 씁니다.
강(糠)은 쌀겨입니다. 처음 벼를 수확하면 겉껍질을 벗겨 내는데 이 겉껍질을 왕겨라고 합니다. 겉껍질을 벗겨 낸 쌀은 검은빛을 띤다고 하여 현미라고 합니다. 이 현미를 정미소에서 정미(精米: 벼를 쓿어 깨끗하게 만든 쌀)해야 흰 쌀이 됩니다. 이와 같은 정미의 과정에서 나오는 껍질 부스러기가 쌀겨입니다. 왕겨는 예전에 연료로 쓰거나 사과 상자 안에 완충제로 넣어 썼습니다. 쌀겨는 술지게미처럼 가축 사료로 썼으며 배고픈 시절에는 이것으로 죽도 쑤어 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조강지처는 먹을 것이 없어 가축의 사료로나 쓰는 술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함께 고생한 아내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이렇듯 가난과 고난을 함께 겪으며 희생한 조강지처를 어찌 쉬이 내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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