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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생활 속 재미있는 한자어 3(御營非營, 昌披, 諱之秘之)

by Suyeon79 2023.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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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민화

늘 어영부영 하다보니

어영부영이란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어물어물 넘겨서 처리하는 모양새를 말한다. 어영부영이란 원래 조선 시대 군대인 어영청(御營廳)에서 나온 말이다. 어영청은 조선시대 삼군문(훈련도감, 금위영, 어영청)의 하나로 매우 기강이 엄격한 정예 부대였다. 그러나 조선 말기에 군기가 풀어지며 형편 없는 오합지졸이 돼 버렸다. 이를 보고 사람들이 어영청은 군대도 아니라는 의미로 어영비영(御營非營)이라고 이야기한 것이 뒤에 의미가 불분명해지고 발음의 편의성을 따르며 어영부영으로 바뀌게 되었다. 고종 때에 와서는 어영청을 비롯한 군졸들의 군기가 너무나 해이해지고 무기마저 너무 낡아 군대라고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고 1881년 4월 일본에 의해 신식 군대가 조직되면서 신식 군대에서 주어지는 대우와는 너무나 대조되게 구식 군대는 봉급조차 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듬해 1882년 구식군대의 군졸들이 열악한 대우에 불만을 품고 보익하여 임오군란이 일어나게 되었다. 

 

너무 창피해요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사소절>이라는 책에 보면 "옷고름이나 치마끈을 풀어 놓고 매지 않은 것은 '창피(昌披)'라고 한다."는 말이 나온다. 창(昌)은 연다, 피(披)는 헤친다라는 뜻으로 옷고름을 매지 않거나 치마끈을 풀어놓으면 속옷이 다 보여 그야말로 창피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창피는 창피(裮被)라고 쓰기도 하는데 이 때 창(裮)은 '옷을 입고 허리띠를 안 맨 상태', 피(被)는 '상의를 어깨에 걸친 모습'을 말한다. 이 모습도 상상해보면 옷매무새가 단정하지 않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복은 특히 옷매무새가 단정치 않으면 매우 보기가 흉하다. 결국 창피한 한복을 입었을 때 허리띠가 풀어져 속옷이 다 보이거나 옷고름이 풀어 헤쳐진 채로 다니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창피하다는 말은 체면 깎일 일을 당하여 부끄러워 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흐지부지되어 버렸어

흐지부지는 얼핏 순 우리말 같지만 사실 '휘지비지(諱之秘之)'가 변한 말이다. 흐지부지는 일을 끝 맺지 못하고 흐리멍덩하게 넘겨 버리는 모양새를 뜻한다. 휘(諱)는 꺼린다는 뜻으로 죽은 이나 높은 이의 이름을 가리키기도 했다. 비(秘)는 감춘다는 뜻이니 휘지비지의 원래 의미는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을 꺼려 드러나지 않도록 감춘다는 뜻이다. 그러나 소리내기가 쉽지 않고 편한 대로 적다보니 '흐지부지' 가 되었고 그 의미도 '흐지부지' 잊혀지게 되었다. 예전에는 임금의 이름자는 절대로 쓸 수가 없었으며 부모의 이름자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이름자를 입에 올릴 때는 반드시 "무슨 자, 무슨 자를 쓰십니까"라고 말했으며 성씨 다음에는 '자'를 붙이지 않으며 만약 아버지의 이름자가 홍길동이라면 이 때는 "제 아버님은 홍, 길 자, 동 자를 쓰십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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